싫어하는 건 싫어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어..
1. 왠지 제목을 쓰다보니까 모 게임의 이름과 유사해졌습니다.....

※ 만화 '쩐의 전쟁'에 대해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주의해주십시오.
※ 드라마 '쩐의 전쟁'과는 관계 없습니다. 
덧 ※. 존댓말을 생략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쩐의 전쟁'이라는 만화를 싫어한다.

오해가 없도록 얘기하자면 주인공이 사채업자이고 사채업계를 다루었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쩐의 전쟁'의 소재에는 불만이 없다. 또 싫어하게 된 모종의 에피소드 이전에는 나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재밌게 읽었고 몇권은 구입했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책은 처분했다)

이 만화를 싫어하게 된 것은 돈蟲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에피소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에피소드를 보기 전에는 약간 불편한 감정은 있었지만 어느정도 수용하려고 노력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이 에피소드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아니 이해하고픈 마음이 들지 못했다. 

간략하게 내용을 설명하자면 소위 '꽃뱀'사기를 치는 부부가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호구를 노리고 유혹을 해서 호구가 여자와 관계를 하면 그 타이밍을 맞춰 남편이 협박을 하고 성폭행혐의로 고소를 하겠다며 사기를 치고 돈을 뜯어내는것이었다. 호구는 사채업자인 주인공에게서 빌려 그들이 요구하는 돈을 준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남편은 호구의 아내를 겁탈까지 하고 호구에게 더 큰 액수를 요구한다. 이 부부를 단죄하기 위해 주인공은 알고 있던 여인에게 남편을 유혹해서 자게끔 한다. 알고보니 그 여인은 HIV보균자였던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에이즈에 걸려 1년 후에 죽는다.(에이즈는 잠복기간이 확실하게 정해져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상당히 긴 기간을 두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만화에서의 에이즈에 대한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좀 있습니다.)

연재되는 만화를 보면서 설마설마 그런 결론으로 갈까 했지만 정말로 저런 결론이 나와버리자 머릿속이 새하얘지는듯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에이즈환자인 사람을 이용해서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것을 마치 정의로운 주인공,백번 양보해서 인간미있는 행동처럼 작품 내의 분위기가 몰아가고 있는게 어떻게 참을 수가 없었다.

보면서 정말로 많은 의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작품내에서 대체 그 부부가 그런식으로 살해당할만했나? 분명히 그들은 크나큰 범죄를 저질렀다. 나도 분명히 읽으면서 분노를 느꼈으니까, 그렇지만 그런식으로 살해할 권리가 주인공에게는 있었던건가? 그리고 대체 그 에이즈 환자인 그 사람은 그런식으로 이용당해서 남을 살해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만했나..?
에이즈를 마치 다른 사람을 살해하기 위한 흉기로 보고, 에이즈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우롱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설마 작가인 박인권씨가 정말로 환자들을 우롱하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과정을 표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런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에이즈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하나의 폭력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저 행위가 마치 의로운 행위인양 작품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을 보자니 끔찍했고 가슴이 먹먹하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는 이 만화를 더 읽는 것을 포기했다.

당시 댓글 게시판에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고 다소 과격하고 감정적이게 댓글을 썼었는데 현실과 만화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받았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에이즈환자에 대한 표현에 있어서는 여전히 나는 저 만화의 에피소드가 너무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양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 만화를 보는 걸 멈췄다.

문제는 그 이야기보다 작품내의 분위기와 작가의 태도였다. 만약에 저러한 이야기가 어떤 포장없이 건조하게 표현되었다면 그저 공포감과 주인공캐릭터에 대한 분노만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품 내에서는 저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었다. 백번 양보해서 적어도 인간적인, 의로운 행위처럼 만들고 있었다. 사채업계를 표현한 또다른 만화인 '사채꾼 우시지마'에 비교하자면, 차라리 '사채꾼 우시지마'는 솔직했다고 생각한다. 사채업계에서 일어나는 피폐하고 무서운 일들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그것을 미화하지는 않았다.(사채업자에게도 인간적인 면이 있다고 말할지언정 그렇다고 해서 그 일련의 행위들을 정당화하지는 않았다.) 

그 다음부터는 '쩐의 전쟁'을 보고 있지 않다. 그 전까지는 나도 같은 작가의 '대물'이나 '쩐의 전쟁'이 연재되는 신문을 즐겨 찾아 읽어 보았지만 그 에피소드를 본 후에는 도무지 볼 수가 없었다. 박인권씨를 나중에 만나게 될 기회가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정말 한번 사람 대 사람으로서 물어보고 싶다. 대체 왜 그 에피소드에서 왜 그런 결론을 낸거냐고..

SBS에서 '쩐의 전쟁' 드라마 1화를 16일날부터 방영했다고 한다. 원작과 원작에서 파생되는 다른 미디어의 작품은 원작자가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상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쩐의 전쟁' 드라마에 대해서는 원작에 비해서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서 어느정도 기대하는 바도 있다.
아직 그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무쪼록 부디 그 드라마에서는 저런 실수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by chike | 2007/05/17 22:12 | + 끄적이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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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라지엘 at 2007/05/18 00:44
헉..그런만화도 있군요....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그런식으로 이용하는 건 아무리 만화라도....;;
Commented by chike at 2007/05/20 10:01
라지엘님/ 여러모로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에 그런식의 전개와 해결은 신중하지 못했나 싶어..
드라마에서 이 원작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식으로 전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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